독서에서 글쓰기로, 성장의 과정을 따라서
비가 추적추적 온다. 내가 일하는 지하의 사무실은 항상 365일 암울하지만, 오늘 따라 유독 더 음산하고 더 축축하다.
가끔씩 따끔한 해볕이 궁금해 시간 날 때마다 뛰쳐나가곤 한다.
나보다 5-10년 더 일하시고 계신 선임들도 계신다. 그들 주변의 어두운 아우라는 장소가 원인이었던 걸까... 오늘 따라 병원에 오는 환자도 없고, 그렇게 울리던 문의 전화도 오지 않는다. 날씨 탓인가, 아니면 나의 마케팅 실력이 부족해서 그런 것인가 잘 모르겠다.
요즘에 글을 쓰기 시작했다.
글을 쓰기로 결심한 계기는 친구가 책에 대해 물었을 때, 한 번에 정리가 되지 않고 부분적으로 생각이 나서 효과적으로 전달을 못한 것이 시작이었다. 나의 생각들을 이제부터 글로 정리하고 기억에 남기고 싶다. 이 방법도 책을 읽으면서 알게 된 것이다.
단순히 글 쓰고 소장만 하는 것이 아니라, 기록을 하면서 부업으로도 연결시킬 수 있다고 하니 안쓸 이유가 없었다. 하지만 현재는 글쓰기를 참 오랜 동안 손을 놓은 상태라 매일 한 가지씩 올리는 것이 쉽지 않다.
내 기억이 머문 순간부터 한 13살까지는 하루도 빠짐없이 일기를 썼던 것 같다. 선생님의 현명한 ABC 초콜렛 보상이 매일 아침 기다리고 있었기 때문이다. 얇은 공책에 날짜와 날씨를 빠짐없이 기입해가며, 나의 일상과 감정을 담은 짧은 글들을 채워 나갔었다. 그 때는 글 쓰는 것이 이 닦는 것처럼 생활의 일부분이었고, ABC 초콜릿과 함께여서 어렵다고 느껴본 적이 없었던 것 같다.
요즘에 그때와는 달라 글쓰기 시작할 때 워밍업을 심하게 한다.
내가 너무 한 번에 많은 책을 읽고자 했던 욕심이 컸던 탓인지 책을 읽고 난 후 기억에 남는 책은 몇 권 밖에 되지 않는다. 인간의 뇌의 기억은 한계가 있어 대수롭게 생각하지 않았고, 기억할 것만 기억하고 그렇게 계속 읽으면 언젠가 쌓이고 성장할 것이라 생각하면서 계속 흘려보내는 독서를 한 것이다. 이제 그 흘러감을 글쓰기로 통해 고정시켜주고 싶다. 오랫동안 기억하기 위해.
내가 책 읽기를 매일 하게 된 시기는 실연의 아픔을 겪으면서부터다.
텅 빈 마음, 미래에 대한 불안감, 자살 생각, 일반적인 삶이 힘들어질 정도의 우울감, 끊임없이 흐르는 눈물, 들은 그 당시 스스로 도저히 해결할 수 없었다.
그렇다고 가족, 지인이 이 해결해 줄 수 있는 문제가 아니었다. 오히려 그들의 개입이 더 힘들어지게 할 뿐이었다.
내가 이 세상 끝까지 갔다가 마주친 건 법륜 스님의 즉문즉설 유튜브 채널과 책 읽기였다.
나와 같은 일을 겪는 사람들이 이 세상에 정말 많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고, 법륜 스님의 마음 울리는 말씀들로 내가 겪은 것은 단지 인생의 그냥 일부분일 뿐이고, 괴로움은 인간이 어리석어 생기는 문제일 뿐이다,, 더 이상 나 자신을 괴롭히지 말라는 말씀에 정신 차리고 천천히 절벽에서 물러설 수 있었다. 너무나 간단한 문제들을 내가 오랫동안 움켜쥐며 키워왔고, 주변 사람들을 힘들게 했다. 정말 죄송한 마음뿐이다.
책 읽기는 나의 회복 기간 중에, 나의 정신을 더욱 견고하게 했고, 이성적으로 사고할 수 있도록 도와주었다.
책을 읽으면 읽을수록 과거의 나의 모습이 얼마나 잘못되었는지 명료하게 알 수 있었다.
책 읽기는 정답은 주진 않지만, 나를 성장할 수 있게 방향을 제시해주는 것 만은 확실하다.
부정적인 감정이 올라올 때마다, 책이 나를 정신적 보디가드 같은 역할이 되어주고 있다.
눈이 침침해져 보이지 않을 때까지 책은 놓지 않을 것이다.
남은 인생도 희노애락이 뒤섞여 찾아올 텐데 그때마다, 책 읽기를 통해 계속 위로받고, 성장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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