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길산 장수마을

하늘은 눈이 내릴 것 같이 음산한 기운에 회색 구름이 해를 가리더니 몇 알갱이 살짝 흩날리다가 금방 햇볕이 드러났다. 2023년 첫눈이라고 하기에는 좀 미미해서, 한번 더 2023년 첫눈을 기대해보았다  

몇 알갱이의 눈발을 바라보던 그 시간에 난 운길산역에서 2 km 정도 떨어진 자전거 도로위에 있는 음식점 앞을 지나고 있었다. 

 
 





이 음식점은  굉장히 단순하고 간단한 인테리어 구조를 한 식당으로, 서쪽한강에서 부터 동쪽 북한강 까지 길게 이어져  자전거를 타고온 배고픈 바이들의 배를 든든하게  채워주는 쉼터 이기도 하다.  


주말엔 프로처럼 완전 무장한  바이커들로 인산인해를 이루는 곳이라 들어갈  엄두도 못내었고  간이 음식점이라  기대하지 않은 음식점이었다.  주중이랑 오가는 사람도 없고, 마침 문 살짝 열어두시고, 성경책을 읽고 계시는 사장님이 보여 들어 갈까 망설이고 있었는데 그것 도 잠시, 인기척에 고개들어 활짝 만개한 아름다운 미소로 환영해 주시니, 반신반의 했던 마음이 확열려 그대로 음식점 안으로 힘차게  들어 갔다. 


적막함을 전혀 느낄 수 없을 정도로 교회 음악을 정말 크게 틀어 놓고 계셔서, 바깥쪽에 마련된 식탁으로 갈까 했는데, 혼자이니, 안쪽에서 먹으라는 사장님의 권유로, 들어 가게 되었다. 

검정 고양이가 한 켠에 있는 고양이 밥을 얼굴을 빠뜨린채 먹고 있다. 

   난로위에는 주전자에  혈액순환에 좋다는 오금피차가 뜨겁게 데워 지고 있었고, 그  옆에 놓여진 상위에는  읽고 계셨던 성경책, 심심할 때마다 까드시는 삶은 납작콩과 밤이 한 그릇 담겨있었다. 


북한강 을 정면으로 바라보는 그 음식점  뒷쪽 으로는 길이 산 안쪽으로  연결되어 있는데 , 100 채 정도의 집이 있는 마을 이라고 한다. 일명  장수 마을 로 알려져 있으며 처음엔 박씨  집성촌이었지만, 몇몇 분들이 돌아 가시면서, 외부에서 이씨 성들이 입주 시작, 하나둘 모여, 현재는 이씨성이 전체 마을 인구 약 20 프로가 된다고 한다. 



멀리서 온 손님들중에 이곳을 눈여겨 보는 이들이 많다고 하신다. 서울과 가까운 곳에 물 좋고 공기 좋은 곳 찾기가 힘든데, 이곳은  돈 있어도 못들어가는 곳이니거니와 , 거주민이  돌아가셔야 집이 비는 곳이다. 그분들의 자손들이 이 황금 지역을 쉽게 포기 하지는 않을것이라 하시며, 외부 사람들은 바늘구멍만큼 들어가기 어려울것 같다고 하신다.   

이음식점 여사장님도 이 마을에서 거주중이신데, 40 년전에 이곳으로 시집오셔서 지금 까지 살고 계신다,  6년 전까지, 온갖 집안 제사를 손수 준비 하셨다고 하니, 이 곳이 이분한테 얼마나 특별한 곳일까 상상해 보았다. 

돌솥비빔밥과 국수를 부탁 드리니, 정말 뚝딱 밥 상 한상이 준비가 되었다. 

 


어렸을때 부터 먹어왔던 돌솥 비빔밥이 다른 곳과  얼마나 차이가 있을까 속으로 생각했었지만, 그분이 내오신 소박한 반찬과,  뚝배기에 덮여져 나온 반찬들을 보고 입안에 침이 고였다. 

그분의 40년 손맛이 먹기도 전에 느껴졌고, 

지글지글 윤기 좔좔 흐르는 쌀밥의 바삭거림이 벌써 부터 맛있었다. 반찬들은 손수 직접 만드셨고,  국물도 화학 조미료 쓰지 않은 깔끔한 국물이었다. 




모든 야채들도 모두 이 마을에서 공수 하셨다고 한다.   

똑같은 음식을 여러 곳에서 많이 먹어보면, 무엇이 찐 맛인지 쉽게 구분이 가능하다. 특히, 돌솥비빔밥같은 대중적인 음식은, 쌀알갱이까지 차이가 느껴질 정도다.  정보없이 찐 음식점 찾기 힘든데, 이렇게 감사하게도 우연히 이곳을 알게 되었다. 메뉴가 부침전까지 해서 8 개정도, 다른음식들도 한번씩 먹어볼 생각이다.  

주중이고, 간만에 쉬는 날이어서, 따뜻한 침대 안에 누워 게으름을 피우며 시간을 보낼뻔했는데, 약간의 동기 부여와, 행동을 옮기니, 전혀 예상하지 못한 만남과, 행복을 느낄수 있었다.  


자연과 함께 할수록  마음은 더 편해졌고, 많은생각들이 정리 되는 하루였으며, 장수 마을 입성은 아니더라도, 근처를 지나가면서 이 마을의 깨끗한 기운을 느끼러 자주 와야 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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